일본에 7년 살며 적응 안 됐던 일본 문화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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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에 7년 살면서 느낀 건, 진짜 적응이 안 되는 건 거창한 전통문화보다 오히려 생활 속의 작은 장면들이었다는 점이다. 전통문화의 경우는 뭐 그러려니 하며 적응을 하면 되지만 당연히 일본에서도 통용될거라 생각했던 상식들이 들어맞지 않았을 때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목욕탕에서 처음 느낀 당황스러움

일본 문화 충격 1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목욕탕 문화다. 일본 온천이나 센토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은 남탕에 여성 직원이 들어와 청소하는 일이 생각보다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도 남자 화장실 청소는 익숙하지만, 목욕탕 탈의실까지 그렇게 느슨한 분위기는 아니지 않나. 나는 처음엔 진짜 많이 당황했다. 괜히 반사적으로 가리게 되고, 오래된 센토에 가면 벽 위에 앉아 여탕과 남탕 쪽을 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사람이 있는 구조도 꽤 낯설었다.

한 번은 카사이 근처 온천에서 더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탈의실 옆 직원 휴게실을 당연히 남자 직원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목욕을 마치고 알몸 상태로 락커를 열려는 순간 긴 머리의 젊은 여성이 그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봤다. 순간 컴플레인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당황했는데, 또 그 사람도 일부러 들어온 건 아닐 테니 그냥 넘어갔다. 지금 생각해도 일본과 한국의 성적 민감함이 꽤 다르다는 걸 강하게 느꼈던 장면이었다.

쿠단시타의 검은 옷 엄마들이 낯설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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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쿠단시타에서 출근길마다 봤던 풍경이다. 회사가 그쪽에 있어서 아침마다 언덕을 올라갔는데, 맞은편에서 검은색 우산, 검은 옷, 검은 양말, 검은 신발까지 거의 통일된 복장의 어머니들이 유치원 아이를 데려다주고 내려왔다. 처음엔 그냥 좀 기묘하다고만 생각했다. 어른들이 무슨 교복처럼 비슷한 색을 맞춰 입고 다니는 게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일본인 부장님이 저 사람들은 진짜 부유한 쪽이고, 아침 인사도 흔한 “오하요고자이마스”보다 “고키겐요” 같은 표현을 쓴다고 말해줬다. 사실 나는 그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계층과 학교 문화까지 얽힌 분위기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단정하고 비슷해 보여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생활양식 자체가 계층 신호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같은 행동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를 때가 있다

일본에서 가위바위보를 할 때 내가 갑분싸를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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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가위바위보다. 규칙 자체는 똑같은데, 몸에 밴 자세가 달라서 웃긴 일이 생겼다. 코로나 때 하치오지에서 심심해서 동호회 앱으로 농구 모임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팀을 나누려고 다 같이 가위바위보를 하게 됐다. 나는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무심코 총 모양처럼 찌를 내밀었는데, 그 순간 공기가 진짜 이상해졌다. 다들 “저 사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봤고, 나는 순식간에 손 모양을 바꿨다. 친한 사이가 되면 일본 사람들도 웃으면서 한국에선 그렇게 하냐고 묻지만, 안 친한 자리에서는 진짜 갑분싸가 됐던 기억이 있다.

같은 가위바위보인데도, 손 모양 하나가 다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생활 속에서는 이런 작은 습관들이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계속 실감하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이 정말 생활 언어처럼 쓰이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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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애니메이션의 생활화다. 한국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대중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무슨 애니 좋아해?”가 자연스러운 스몰토크로 바로 나오는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는 이게 진짜 생활 언어처럼 느껴졌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말하는 데 거리낌이 거의 없었다.

전문학교 다닐 때는 자기소개 시간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발표를 한 적도 있었다. 나는 일본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다들 한 장짜리로 발표하는데 혼자 여러 장의 PPT를 만들어 발표했던 적이 있다. 그것도 꽤 마이너한 작품으로. 그때는 민망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취향 고백을 넘어서 일상적인 대화 소재라는 걸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오타쿠 문화”라고 뭉뚱그리기 쉬운 부분이, 일본 안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생활 영역에 깔려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일본어를 알아도 어려운 건 따로 있다

상, 짱, 쿤보다 더 어려웠던 실제 호칭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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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호칭이다. 일본어를 배우면 상, 짱, 쿤 정도를 규칙처럼 외우게 되는데, 실제로 일본 사람들과 지내보면 그렇게 깔끔하게 안 나뉜다. 엄청 친한데도 일부러 상을 붙이는 사람도 있고, 쿤을 언제 붙여야 자연스러운지도 생각보다 애매하다. 나는 결국 내 식대로 기준을 만들었다. 여자들은 처음엔 무조건 성+상, 좀 친해지면 성만, 정말 가까워지면 이름만 부르는 식이었다. 그런데 남자들끼리는 그게 더 어렵다. 괜히 내가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상을 뗐다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있었다.

그래서 내가 썼던 방법은 단순했다. A라는 사람이 있으면, 주변의 B와 C가 그 사람을 어떻게 부르는지 먼저 스캔했다. 일본어로 말하는 空気を読む, 그러니까 분위기를 읽는 방식으로 호칭을 따라간 셈이다. 일본어 실력과 별개로, 이런 호칭 감각은 결국 사람 사이의 거리 조절 문제라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이름을 못 외우면 생기는 진짜 민망한 순간

그리고 이름. 일본에는 성도 정말 다양하고 길어서, 처음엔 생각보다 잘 안 외워졌다. 문제는 내가 그걸 초반에 너무 가볍게 넘겼다는 점이다. 친한 사람 이름만 외우고 대충 버티다 보니, 나중에는 회사에서 옆 부서 사람 얼굴은 익숙한데 이름이 생각 안 나는 상황이 생겼다. 한 번은 질문을 받아 답변까지 다 해놓고, 그 사람이 “메신저로도 보내달라”고 했는데 이름이 도저히 기억이 안 나서 결국 물어본 적이 있다. 부서 배치된 지 한참 지난 뒤라 더 민망했다.

그래서 이건 일본에서 살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진짜 말하고 싶다. 일본어 공부만 하지 말고, 초반부터 이름을 읽고 외우는 습관도 같이 들이는 게 좋다. 실제 생활에서는 어휘보다 이런 기본적인 사회적 감각이 더 오래 남는다.

적응이 안 됐던 문화 5가지를 돌아보면 공통점이 있다. 전부 뉴스 기사로는 잘 안 보이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목욕탕, 가위바위보, 호칭, 애니 이야기 같은 것들은 다 일상 속에서만 드러난다. 그래서 일본은 여행보다 거주에서 더 많은 얼굴을 보여주는 나라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읽는 게, 내가 일본 콘텐츠를 계속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 글은 책에는 없는 일본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