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은 실제로 얼마나 추운가
“일본 집은 텐트나 다름없다.”
몇 달 전 소셜미디어에서 이른바 ‘일본 집춥좌’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과 비교해 너무 추운 일본 집을 향해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던 글이었는데, 엄청 공감이 갔다. 나도 예전에 월세가 쌌던 하치오지의 목조 주택에 살 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방음도 잘 안 되는 집에 살았던 기억이 있어서 웃으면서 읽었었다. 일본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말은 세지만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싶었을 것이다.

일본 안에서도,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집이 춥다는 말은 매년 겨울 계속 나온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겨울철 실내 온도는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낮다.
침실 평균 12.6℃
거실 평균 16.7℃
탈의실 평균 12.8℃
WHO는 겨울철 실내온도로 18도 이상을 권고한다고 설명한다. 즉 “일본 집은 좀 춥다”가 아니라, 실제로 건강 권고선 아래에 있는 집이 많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질문이 생긴다.
일본은 분명 선진국인데, 왜 집의 추위 문제만큼은 이렇게 오래 남아 있을까.
답은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주택 성능을 사회 전체의 우선순위로 올리는 속도가 너무 늦었던 것에 가깝다.
일본 집에서의 겨울이 무서운 점

특히 무서운 건 거실보다 탈의실과 침실이 훨씬 더 낮다는 점이다. 따뜻한 공간에서 차가운 공간으로 이동할 때 몸이 받는 충격이 크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겨울철 욕실이나 탈의실 이야기가 유독 자주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단순히 “좀 춥다”가 아니라, 집 안에서도 방마다 온도 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후생노동성 자료도 낮은 실내온도와 큰 온도차가 혈압 상승이나 수면의 질 저하 같은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 겨울 실내를 두고 “밖보다 덜 추운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다.
가장 큰 약점은 창문이다
일본 집 추위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 건 창문이다.
환경성이 운영하는 ‘선진적 창 리노베 2025’ 사업을 보면, 기존 주택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쾌적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창과 문 같은 개구부의 단열 성능 개선을 내세운다. 한 집당 보조 상한도 200만 엔까지 잡혀 있다. 일본 정부가 창을 가장 먼저 건드리는 건 이유가 있어서다.
집에서 열이 가장 쉽게 빠져나가는 곳이 바로 창 같은 개구부이기 때문이다. 창 성능이 낮으면 난방을 틀어도 따뜻함이 오래 남지 않는다. 창가가 차갑고, 냉기가 떨어지고, 결로가 생기고, 결국 방 전체가 아니라 히터 주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한 공간이 된다. 일본 집에서 “창 쪽이 유독 춥다”, “발밑이 시리다”, “난방을 해도 따뜻해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복되는 건 거의 다 여기서 연결된다.

일본은 왜 오랫동안 약한 창을 썼을까
여기서 한 번 더 질문이 생긴다.
창이 문제라면, 왜 일본은 그렇게 오랫동안 약한 창을 표준처럼 써왔을까.
이건 단순히 “오래돼서”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일본에서는 전후 대량주택 공급기 이후 알루미늄 샤시가 빠르게 퍼졌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가공이 쉽고, 녹에 강하고,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전후 도시화와 주택 공급 확대 시기에는 이런 장점이 컸다. 문제는 알루미늄이 열을 잘 전달하는 재료라는 점이다. 건축 자재로서는 다루기 편하고 싸게 많이 만들기 좋았지만, 겨울철 단열에는 불리했다.
그러니까 일본이 약한 창을 오래 쓴 건 “겨울 단열이 중요하지 않아서 일부러 포기했다”기보다, 당시에는 주택 공급과 시공 편의성이 더 중요했고, 그때 표준이 된 창호 체계가 오래 남은 것에 가깝다. 기준이 약했던 시절에는 그 문제가 크게 지적되지 않았고, 집 전체를 고단열·고기밀로 만들어야 한다는 감각도 지금보다 훨씬 약했다. 결국 전후의 표준이 너무 오래 버틴 셈이다.

그래서 부분난방 문화가 굳었다
창호가 약하고 집 전체 성능이 낮으면, 난방을 틀어도 열이 잘 안 붙는다.
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선택이 바로 부분난방이다.
일본에서는 집 전체를 일정 온도로 유지하기보다, 거실만 데우거나, 코타츠나 전기장판처럼 사람 가까운 곳만 따뜻하게 하는 방식이 더 흔하다. 후생노동성 자료도 일본은 유럽처럼 집 전체를 데우는 경향보다 쓰는 방만 난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집 자체의 성능이 낮은데 전 공간을 난방하려고 하면 비효율적이니까, 생활 방식도 그 집에 맞춰 바뀐 것이다.
이 순서를 뒤집으면 이해가 잘 안 된다.
“일본 사람들은 왜 부분난방을 좋아하지?”가 아니라, 집 전체를 데우기 어려운 구조라서 부분난방이 합리적인 생활방식이 된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 생활 방식이 굳어지면서 “겨울엔 원래 좀 춥다”, “거실만 괜찮으면 된다”는 감각도 함께 남았다.

‘집은 여름을 기준으로 지어야 한다’는 말이 왜 계속 나올까
일본 주거문화를 설명할 때 상징처럼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 있다.
일본 중세 수필집 『徒然草』(쓰레즈레구사) 에 나오는 구절인데, 원문은 “家のつくりやうは、夏をむねとすべし”이다. 뜻은 대략 “집은 여름을 우선해서 지어야 한다” 정도다.
이걸 그대로 “그래서 일본은 지금도 단열이 약하다”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경 설명으로는 분명 의미가 있다. 일본의 전통 주거관은 오랫동안 덥고 습한 여름을 견디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통풍이 잘 되게 하고, 바람이 잘 지나가게 하고, 여름의 불쾌함을 줄이는 쪽으로 집을 생각해온 흐름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감각이 근대 이후의 주택문화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어딘가 남아 있었던 건 사실에 가깝다.
오히려 홋카이도는 덜 춥고, 다른 지역이 더 춥다는 말
재밌는 건 일본에서 제일 추운 지역인 홋카이도가 오히려 겨울 실내는 덜 춥다는 얘기다.
일본 건축학회 쪽 연구를 보면, 홋카이도 주택의 겨울 거실 평균 온도는 20.9도였고, 중앙난방 설치 비율이나 종일난방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홋카이도는 애초에 “이 지역은 겨울이 매우 춥다”는 걸 전제로 집을 짓고 난방을 한다. 그러니 창호와 단열, 난방 방식도 그 전제를 깔고 설계된다.
반대로 일본의 상대적으로 온난한 지역은 오랫동안 여름 중심 주거관이 더 오래 남아 있었고, 부분난방 문화도 두텁게 남았다. 그래서 밖의 절대기온은 홋카이도보다 덜 춥더라도, 실내 체감은 오히려 더 춥게 느껴지는 역설이 생긴다. 일본에서 “도쿄나 간토권 집이 홋카이도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는 말이 종종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즉 일본의 추운 집 문제는 단순히 “북쪽이라서 춥다”가 아니라, 어떤 추위를 전제하고 집을 지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준은 늦게 움직였고, 그 사이 낡은 집이 너무 많이 남았다
일본이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본격 다루기 시작한 건 생각보다 최근이다.
국토교통성은 2025년 4월 1일 이후 착공부터 모든 건축물에 대해 에너지절약기준 적합 의무화가 시작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방향은 분명 바뀌고 있다. 이제는 “추운 집을 참는 것”보다 “기준 이하의 신축은 막겠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여기서 함께 나오는 용어가 ZEH다.
Net Zero Energy House의 약자로,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쓰는 정책 용어다. 외벽·창·지붕의 성능을 높이고, 냉난방·환기·급탕 효율을 끌어올린 다음,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더해서 연간 에너지 수지를 제로 이하로 만드는 집을 뜻한다.
문제는 기준이 좋아지는 것과 체감이 바로 달라지는 건 다르다는 점이다.
오래된 집이 너무 많이 남아 있고, 특히 예전 기준으로 지어진 주택들이 시장에 두텁게 쌓여 있기 때문에, 새집 몇 채 좋아진다고 겨울 실내가 금방 달라지진 않는다. 일본이 “이제부터는 기준을 올리겠다”고 말하는 시점이 왔을 뿐, 사람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 상당수는 여전히 그 이전 시대의 성능 안에 있다.
임대주택 구조도 개선 속도를 늦춘다
이 문제를 더디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임대주택 구조다.
춥고 불편한 건 세입자가 가장 먼저 느끼지만, 창을 바꾸고 단열을 보강하고 외피를 손보는 결정과 비용은 보통 집주인이 쥔다. 그러니 세입자는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집 자체는 쉽게 안 바뀐다.
이건 일본 집이 왜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있었는지를 설명할 때 꽤 중요한 부분이다. 집 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일은 생활 팁이나 개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결국 돈과 권한이 있는 쪽이 움직여야 하는 문제인데, 그게 시장 구조상 천천히 움직이기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문제는 다들 아는데 왜 바뀌는 속도는 느리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소비자도 오랫동안 단열 성능을 최우선으로 보지 않았다
이 문제를 전부 건설사나 정부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일본의 주거 선택 문화에서는 오랫동안 내진설계, 위치, 일조, 치안, 생활 편의성 같은 요소가 앞에 섰고, 단열 성능이나 에너지 성능 같은 항목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있었다.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집을 볼 때 사람들은 먼저 “지진에 안전한가” “역에서 가깝나”, “동네가 어떤가”, “구조가 괜찮나”를 본다. 반면 단열과 기밀, 창 성능은 겉으로 바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문제를 모르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건축사나 전문가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고성능 주택을 선택하게 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결국 일본은 시장 전체가 오랫동안 보이는 조건에 더 민감했고, 보이지 않는 성능은 늦게 문제화한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그 대가가 지금 겨울 실내 온도로 돌아오는 셈이다
한국 집은 왜 일본보다 덜 춥게 느껴질까

여기서 한국 이야기를 빼면 비교가 반쪽짜리가 된다.
한국은 평균적으로 일본보다 겨울 실내가 덜 춥다고 보는 쪽이 맞다. 다만 “한국 집은 안 춥다”까지 가면 과장이다. 신축 아파트와 오래된 빌라, 단독, 반지하 사이의 차이는 꽤 크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한국 쪽이 더 유리한 조건이 많다.
먼저 주택 형태가 다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4년 일반가구 가운데 아파트 거주 비중은 53.9%였다. 반면 일본 통계국 자료에서는 거주 중인 주택의 과반이 단독주택이고, 공동주택 비중은 그보다 낮다. 이 숫자만으로 따뜻함이 자동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아파트 비중이 높은 구조가 단독주택 비중이 높은 구조보다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 통계와 건축물리 상식을 함께 놓고 봤을 때 충분히 합리적인 설명이다.
두 번째는 난방 방식이다.
한국은 바닥난방과 보일러 중심의 주거문화가 오래 자리 잡았고, 아파트 구조와도 잘 맞는다. 한국 연구들을 보면 겨울철 아파트 실내 평균 온도가 대체로 20도 안팎, 혹은 그 이상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이 “쓰는 방만 난방하는 쪽”에 더 가깝다면, 한국은 집 안 생활공간 전체를 난방하는 쪽이 더 일반적이다. 이 차이가 체감에 아주 크게 작용한다.
다만 한국은 다른 문제가 있다.
수도권 아파트 연구에서는 겨울철 실내 상대습도가 24.7% 수준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한국은 일본보다 따뜻하게 느껴질 수는 있어도, 대신 건조해서 코와 목이 불편한 집이 많다고 보는 쪽이 더 현실적이다. 일본의 겨울 실내 문제는 추위가 먼저 떠오르고, 한국은 건조함이 더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일본 집이 추운 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정리하면 일본 집이 유독 추운 이유는 “일본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약한 창호와 외피 성능, 부분난방에 맞춰 굳어진 생활 방식, 늦게 시작된 기준 강화, 오래된 기존 주택, 느리게 움직이는 개조 구조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다시 말해 고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늦게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에 가깝다.
한국이 공간 자체를 데워 겨울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면, 일본은 훨씬 오랫동안 추위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겨울을 버텨온 셈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일본 겨울 실내를 경험하면 더 거칠고 낯설게 느끼고, 일본 사람이 한국 아파트에 오면 “실내는 확실히 따뜻한데 대신 너무 건조하다”고 느끼기 쉽다.
결국 두 나라의 차이는 “누가 기술이 더 좋으냐”보다, 어떤 형태의 집을 많이 지었고, 어떤 방식으로 겨울을 살아왔느냐에서 더 크게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