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국 콜드패, 일본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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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의 강함에 대해 놀라다

이번 WBC에서 한국이 도미니카에 콜드게임으로 패한 뒤, 일본 기사 댓글을 쭉 따라가 봤다. 보기 전에는 뻔했다. 한국이 크게 졌으니 비꼬는 댓글이 추천 많이 받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중심은 조금 다르다. 한국을 깎아내리는 말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댓글창의 시선이 오래 머문 곳은 한국보다 도미니카였다.

실제로 추천순 반응도 그런 식이었다. “고등학생과 프로가 붙은 것 같은 차이였다”, “도미니카는 타격만 센 게 아니라 공수주 전체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에서도 맨 앞자리에 놓일 팀 같다”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한국이 못했다기보다, 도미니카가 너무 강하게 보였다는 쪽에 가까웠다.

이게 재밌는 이유는, 일본 팬들이 이 경기를 한국전 하나로만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댓글을 읽다 보면 금방 시선이 다음으로 넘어간다. 도미니카와 비슷한 전력을 가진 베네수엘라를 일본이 과연 버틸 수 있겠느냐, 이 정도면 준결승도 힘들 수 있겠다는 식의 위기감이 같이 붙는다. 한국이 크게 진 경기인데, 정작 일본 댓글창은 자기들 다음 경기 계산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WBC 한국 탈락

그래도 불편한 말들은 분명 있었다

물론 댓글이 다 담백했던 건 아니다. “지금 한국 레벨에선 이 정도가 타당한 결과다”, “KBO와 MLB의 차이가 그대로 나온 경기다”, “이제 한 시대가 끝난 것 같다”는 식의 댓글도 있었다. 이런 댓글은 꼭 하나씩 있다.

특히 묘했던 건 “한국 언론이 괜히 범인 찾기 같은 걸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류의 반응인데 겉으로는 배려하는 말처럼 보이는데, 읽다 보면 괜히 더 신경 긁는 타입의 댓글이다. 일본 댓글창 특유의 그 미묘한 비꼼이 이런 데서 나온다.

그렇다고 또 전부 그런 댓글만 있는 건 아니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한국 힘내라”, “예선 통과해서 8강 간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는 식의 반응도 섞여 있다. 그래서 전체 분위기를 한 단어로 묶기는 어렵다. 조롱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응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냉정한 평가, 불편한 우월감, 약간의 동정, 아주 소량의 응원이 다 같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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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이 보고 있던 건 한국보다 그 다음 경기였다

댓글을 끝까지 보고 나면 일본은 더이상 한국을 라이벌이라고도 생각 안하고 있다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일본 댓글창이 이 경기에서 진짜 보고 있던 건 한국 자체보다, 도미니카와 그 뒤에 올 팀들이었다는 점이다. 도미니카 타선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미국이 올라와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베네수엘라도 만만치 않다, 일본이 이 흐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 계속 시선이 이동한다.

겉으로 보면 한국 콜드패 기사 댓글인데, 실제로는 일본이 자기 팀의 다음 경기와 자기들 야구 구조까지 같이 보고 있는 댓글창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향한 비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크게 남는 건 도미니카가 보여준 압도적인 힘, 그리고 그걸 보면서 일본 쪽에서도 같이 올라온 긴장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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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요즘 야구뿐 아니라 축구,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을 봐도 일본과의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인구 규모 차이도 있고, 생활체육 인프라가 일본 쪽이 훨씬 촘촘하니 어느 정도는 당연한 흐름일 수 있다. 그래도 아쉽다는 감정까지 없어지진 않는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 생활 스포츠의 밑바탕에는 학창 시절의 부활동 문화가 굉장히 크게 깔려 있다고 본다. 우리처럼 일주일에 한 번 잠깐 하는 활동이라기보다, 학생 때부터 한 종목을 꽤 진지하게 오래 붙잡는 구조에 가깝다. 그렇게 몸에 익힌 경험이 성인이 된 뒤에도 생활체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게 결국 선수층이나 종목 저변의 차이로도 연결되는 것 같다.

이런 부활동 문화가 가능한 이유도 결국 사회 분위기와 닿아 있다. 일본에선 부활동 경험 자체를 취업할 때도 하나의 이야기거리로 보고, 경우에 따라선 꽤 의미 있는 이력처럼 읽어주는 공기가 있다. 학생 때 운동이나 활동에 시간을 써도 그게 단순히 공부 안 한 시간으로만 처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운동을 오래 해도 손해라는 감각이 덜하고, 생활 스포츠의 저변도 자연스럽게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당장 같은 구조를 만들긴 어렵겠지만, 학교 안에서 운동을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그 경험이 성인이 된 뒤 생활체육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조금씩 더 커졌으면 좋겠다. 그런 변화가 쌓이면 대표팀 경기를 볼 때 느끼는 아쉬움도 언젠가는 조금 덜해지지 않을까 싶다.

위 글은 책에는 없는 일본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확인 가능합니다.